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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이야기

정글의 법칙, 그냥 '생존' 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정글의 법칙, 그냥 '생존' 하지 않으면 안될까요?

 

갑작스레 붉어진 조작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모토는 '생존'이다. 원시의 땅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졌던 시즌 1부터 최근의 아마존 편에 이르기까지, '병만족'은 끊임 없이 새로운 부족들과 부딪히며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때로는 '생존'을 위해 징그러운 벌레를 생으로 집어 먹어야 했고, 새총이나 나무창 같은 조잡한 도구를 사용해 직접 사냥을 해야 했으며, 그것마저 없을 때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를 곯으며 잠을 청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생존을 위해 직접 나무를 자르고 묶어 집을 세우고,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다가 물에 빠지는 등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왔다. 하지만 시즌 4를 앞두고 있는 현재, <정글의 법칙>과 '병만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에 대한 진정성이다.

 

'정글에서의 생존'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정글의 법칙>...

 

사실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족'이 보여주는 '생존'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시청자들은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설마 진짜 굶기겠어? 먹을 거라도 좀 주겠지.', '사냥하기 쉽도록 뭔가 미리 준비를 해 놨겠지', '별로 안 위험해 보이는데 너무 오버하는거 아냐? 구명조끼도 입고 있으면서'... <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면서 몇 번이나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던 생각들이다. 그렇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미 '병만족'의 '생존'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제작진이 '병만족'을 정말 사지에 몰아넣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으며, 이것은 역설적으로 '병만족'은 항상 제작진에게 '생존을 보장받아 왔다'고 보아야 한다. 즉, <정글의 법칙>은 '병만족'이 힘든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생존을 하는 건 결정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고생을 하는지'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정글의 법칙>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생방송'이 아니다. 20일 정도 촬영한 내용을 2~3달 동안 나누어 방송하는 철저한 '녹화방송'인 것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병만족'이 어떤 힘겨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들이 죽지 않고 '생존'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결국 <정글의 법칙>의 제작진은 '병만족'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주는데 모든 것을 걸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그들이 '살아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방생한다.

 

시청자들에 의해 밝혀진 조작 증거와 담당 피디가 직접 작성한 해명글...

이렇듯 결말이 미리 나와 있는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해내는 것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은 사극 드라마와 비슷하다.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극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말로 가는 과정을 픽션을 가미해서라도 재미있고 극적으로 꾸며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병만족'이 촬영을 마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정글의 법칙>은 그 과정을 최대한 과장되고 극적으로 연출했다. 이러한 연출 과정을 통해 '작은 위험'은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과장되었고, 쉬운 길을 놓아두고 어려운 길을 찾아 돌아가는,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연출'을 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연출의 부작용으로 돌아온 것이 이번에 붉어진 '조작 논란'인 것이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나는 시청자들이 밝혀낸 <정글의 법칙> 조작 증거들의 대부분을 찾아 보았고, <정글의 법칙> 게시판에 올라온 담당 PD들의 해명글도 꼼꼼히 읽어 보았다. 일단 제작진의 입장에서 먼저 말하자면(해명글의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지금의 조작논란에 대해 충분히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더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쉬운 길을 놓아두고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하고, 작은 위기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충분히 허용될 수 있는 연출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해명글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출연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그 안에서 최대한의 극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인데,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아무리 '생존'을 표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출연자들을 정말 '죽을지 살지 모르는' 환경으로 내몰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병만족'을 사지로 내모는 듯이 보이는 제작진이지만,

사실 '병만족'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은 제작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문제는 이렇게 제작진이 앞장서서 '출연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에게는 '병만족'의 생명이 정말로 위험한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는 점이다.<정글의 법칙>을 시청하며 진심으로 '병만족'의 안전을 걱정했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연출이 일종의 '배신'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혹자는 '예능프로그램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이 바보다'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몰입과 공감능력을 과소평하는 것이다. '병만족, 절체절명의 위기', '위험천만한 뗏목탈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최악의 상황' 등등의 자극적인 자막을 달아 해당 장면을 리바이벌해서 보여주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병만족'에게 '정말 위험한 일이 일어났구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번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의 핵심은, 병만족의 정글 '생존'기가 '진정한 생존'이 아닌 제작진의 연출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에 있다.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으로 내몰리지만 정작 '생존'을 보장받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풀어내지 않으면, <정글의 법칙>에 대한 조작 논란은 언제까지나 꼬리표처럼 프로그램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이번주 방송된 '갈라파고스 제도' 편에서도 이러한 '생존'에 대한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적도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당연하게도 병만족의 생존을 위협할만한 요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은 어쩔 수 없이 갈라파고스 제도에 입국하는 과정이 힘든 고난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출할 수밖에 었었던 것이다. 아마존에서 묻어온 흙을 씻어내고 물품을 관리소에 맡겨 놓는 것 등이 갈라파고스 섬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마치 '병만족에게 닥친 위기'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이후 갈라카고스 섬 안의 유일한 '생존위헙요소'인 식량을 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섬 안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지 관리자와 '병만족'이 기싸움을 벌이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억지 연출'이 반복되어서는 현재 <정글의 법칙>이 겪고 있는 조작 논란을 씻어내기 힘들다. 오히려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일에 대해 불평을 하는 '병만족'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만 가중시킬 뿐이다.

 

갈라파고스 섬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들을 '위기'처럼 연출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작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글의 법칙>은 '생존'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다. 물론 '생존'은 지금의 <정글의 법칙>을 있게 만들어 준 프로그램의 최고 가치이자 근간이다. 하지만 이미 3번의 시즌을 거듭하면서 <정글의 법칙>은 '생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충분한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이미 '병만족' 그 자체에 호감을 느끼거나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자연을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생존' 분야에서 <정글의 법칙>이 더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물에 빠지는 것도, 물과 식량이 부족한 것도, 무언가에 물리는 것도, 이미 다 여러 번 보여준 것들이다. '생존' 대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킬러콘텐츠'가 <정글의 법칙>에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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