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이야기2013. 12. 10. 06:51

 

 

총리와 나, SM 제작 드라마의 저주를 끊어낼 수 있을까?

 

'SM이 자체 제작한 드라마는 망한다', 상당히 공신력 있게 여겨지는 방송계 속설이다. 단순히 속설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실제로 SM이 자체 제작한 드라마들은 흥행에 있어서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최고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와 지금은 <응답하라 1994>로 아주 잘나가고 있는 SM 소속 연기자 '고아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 <맨땅에 헤딩>이 그랬고, 역시 <동방신기>의 멤버 '최강창민'과 SM 소속 연기자 '이연희'를 투톱으로 내세운 <파라다이스 목장>이 그랬다. 최근 작품으로는 <에프엑스>의 멤버 '설리'와 <샤이니>의 멤버 '민호'를 투톱으로한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4~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정도면 'SM이 제작한 드라마는 망한다'는 말은 단순한 속설이 아닌, 검증된 사실인 셈이다.

 

방송계의 유명한 속설인 'SM 자체제작 드라마의 저주' 

 

이러한 SM의 드라마 제작 실패는 방송에서도 공공연하게 이야기될 정도로 유명하다. tvN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택시>에서 김구라는 '아이돌이 연기돌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SM이 제작한 드라마는 피하는 것'을 꼽았다. 거대 기획사지만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좋지 못하고, 정통 프로덕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현재 SM 아이돌들 중에서는 '최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김희철이 "SM 제작 드라마는 안 하겠다. SM에는 연기 팀과 가수 팀이 있는데 연기 팀이 프로모션 같은 것을 너무 가수처럼 한다."고 돌직구를 날렸을까?

 

이렇게 앞서 제작된 드라마들이 소위 '죽을 쑨' 덕분에 KBS의 새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는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SM 측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했는지 SM C&C 대표가 직접 'SM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겠다 공언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정말 그 말대로 <총리와 나>는 'SM 제작'의 고질병을 극복한 드라마일까? 아직 첫회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힘들겠지만 일단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SM 출신 연기자'가 아닌 남주인공이 캐스팅된 <총리와 나> 

 

일단 위에서 언급한 세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SM 제작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전부 SM 소속 아이돌 및 연기자들이었다. 이는 아이돌의 팬덤을 끌어들이고 한류상품으로 판매하기에는 적절한 캐스팅이지만, 드라마 시청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30대~50대에게 외면을 받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총리와 나>에서는 여주인공인 '윤아'를 제외하고는 SM출신 연기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남주인공으로는 연기력 면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이범수를 배치했고, 주조연 캐스팅도 채정안, 윤시윤, 류진으로 탄탄한 편이다. 일단 아직 검증되지 않은 'SM 연기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을 이끌어 나가게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어떨까? <총리와 나>를 한줄로 요약 설명하자면 '아주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총리와 나>는 총리 내정자를 앞에 두고 연예인의 밀회 사진을 찍는데 집중할 정도로 정치에는 무관심한 찌라시 연예부 기자 '남다정'과 역사상 가장 '섹시한 총리'로 꼽히지만 정작 본인은 정치밖에 모르는 총리 내정자 '권율'이라는, 완벽하게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이러한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 사이에 이제는 약간 식상해진 장치인 '계약결혼'이 끼어든다. '한류스타'에서 '총리'로, '드라마 작가 지망생'에서 '찌라시 연예부 기자'로 직업만 바뀌었을 뿐이지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풀하우스>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한 전형적인 플롯과 소재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는 섵불리 예측할 수 없으나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주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장르적 특성상 대부분 전형적이다. 중요한 건 이 전형적인 스토리를 어떻게 변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총리와 나>의 대진운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현재 MBC는 같은 시간에 <기황후>를, SBS에서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방송하고 있다. <기황후>는 사극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는 멜로 치정극이니 일단 동시간대 방송되는 세 드라마의 장르가 모두 다른 것이다. <총리와 나>가 의외로 선전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캐미'가 돋는다고는 말해주기 힘든 남녀주인공...  

 

<총리와 나> 1화는 상당히 빠른 전개로 두 주인공이 위장결혼을 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었다. 윤아의 망가진 연기가 돋보였던 '남다정'의 캐릭터는 적어도 몇 번은 큰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까칠하지만 능력있는 권율의 캐릭터는 이범수의 전작과 많은 부분이 겹쳐보였지만 무리없이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인 '캐미(캐미스트리)'가 돋보이는 조합은 아니었다. 주인공인 윤아와 이범수의 나이차이는 무려 스무살, 과장 조금 보태서 아빠 뻘이다. 왠만해서는 '캐미'가 살아날래야 살아날 수 없는 조합이다.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간의 '캐미'가 살지 않는다는 것은 <총리와 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어려움이다.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았을 때, <총리와 나>가 소위 말하는 '흥행 대박'을 치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난하고 전형적인 내용과 월화드라마 중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SM 제작 드라마의 저주' 정도는 끊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SM에서는 <총리와 나>의 해외판매를 염두해 두고 있을 것이고, 남주인공이 '총리'라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리메이크 판권이 팔릴 가능성도 높다. 이러저러한 면을 고려했을 때 무난하게만 만들어도 SM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되지 않을 것이다. <맨땅의 헤딩>의 경우 일본에서의 DVD 판매 실적이 아주 좋았고,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일본에 회당 24만 달러를 받고 판권 계약을 맺어 제작비를 이상을 회수하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매번 '손해보지 않는 장사'만 하려 해서는 'SM 제작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긴 힘들다.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다면 이제는 정말 'SM스럽지 않은것'을 보여줄 때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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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후치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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