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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이야기

화신-마음을 지배하는자, 실망스러웠던 '야심만만 리턴즈'!

 

화신-마음을 지배하는자, 실망스러웠던 '야심만만 리턴즈'!

 

비록 종영한지 5년도 넘게 지났지만, 분명 SBS <야심만만>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생활 밀착형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내여자의 남자친구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 '애인의 스킨쉽을 거절하는 방법', '못 생겨도 이성이 줄줄 따르는 사람들의 특징' 등 듣기만 해도 귀가 솔깃해지는 주제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정답을 맞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타 게스트들의 사생활 토크를 이끌어 내는 MC 강호동의 능력이 빛을 발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록해 두고 싶을 정도로 상황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명언들을 쏟아내는 김제동(실제로 <야심만만>에서 그가 했던 말을 모아놓은 책이 나오기도 했다)까지 더해져, <야심만만>은 상당히 긴 시간동안 최고의 토크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5년 전 종영한 <야심만만>과 거의 동일한 포멧을 들고나온 <화신>...

 

하지만 회가 거듭됨에 따라 일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소재는 점점 고갈되었고, 결국 비슷비슷한 주제를 조금씩 변형해서 반복하다 243회만에 종영되고 말았다. 이후 <야심만만 2>라는 이름으로 시즌 2가 제작되었으나 이름만 빌려왔을 뿐 포멧이 완전히 달랐고,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1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렇게 시청자들의 곁을 완전히 떠난 듯싶었던 야심만만이,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지난주 종영된 <강심장>의 후속 편성된 <화신-마음을 지배하는자>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말이다.

 

사실 방영 전부터 <화신>은 <강심장 2>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뚜껑을 벗겨보니 <화신>과 <강심장>과의 공통점은 MC인 신동엽을 데려왔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탁과 같은 세트를 둘러싸고 게스트와 MC가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라디오 스타>를 연상시켰고, 남자 여섯 명에 여자 한 명이라는 조합은 <놀러와>의 한 코너였던 <트루맨 쇼>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전체적인 포멧이나 분위기는 역시 <야심만만>의 그것과 가장 유사했다. 생활밀착형 주제를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게스트들이 맞춘다는 기본 구성과 벌칙으로 맞는 강한 바람 등은 <화신>이라는 제목 보다는 <야심만만 리턴즈>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일 정도였다.

 

첫번째 지하철 상황극은 신동엽이 왜 '상황극의 달인'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야심만만>과 차별되는 새로운 요소들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이기는 했다. 주제에 대한 설명을 위해 MC(주로 심동엽과 김희선)들이 상황극을 하거나, 주제마다 그 상황에 어울리는 세트를 따로 준비하는 정성이 돋보였다. 특히 지하철을 배경으로 보여준 신동엽과 김희선의 상황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었고, 신동엽이 왜 '상황극의 달인'으로 불리는지를 알려주었다. 첫회 게스트로 나온 이수근-김종민-은지원-전현무는 신선함은 없었지만 오랜시간 다져진 예능감과 <세 얼간이>에서 쌓아온 호흡을 바탕으로 나름의 활약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장점들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일단 첫 회의 주제였던 '여자와의 말싸움에서 남자가 이길 수 없는 이유'나 '제발 좀 사양하고 싶은 선배들의 호의'와 같은 것들은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소비했을 법한 식상한 것들이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첫 회이니만큼 좀더 참신하고 기발한 주제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첫 회라서 가장 안전한 주제들을 선택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요즘 예능판이 안전한 주제를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만만하지 않으니까.

 

야심만만과 차별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주제 자체가 주는 매력도 크지 않았다.

왠지 야심만만이 방영될 때 이미 한번쯤은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식상한 주제였으니...

 

<야심만만 리턴즈>라 불려도 할말이 없을만큼 동일한 구성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단 설문조사는 <야심만만> 때 '만 명' 이었던 것에서 '십만 명'으로 숫자만 늘어난 것 외에는 딱히 다른 점이 없어 보였고, 맞추는 방식과 벌칙마저 완벽하게 동일했다. 일단 이미 수명이 다해 종영시켰던 프로그램의 구성과 벌칙을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적용시킨 것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세대 별 생각차이'를 강조하고 있으면서, 출연자들의 나이는 전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분포해 있다. 기획의도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연령층으로 출연진 구성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초기 <야심만만>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이 오히려 <화신>에 와서는 더 약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신동엽의 '섹드립'이 있긴 하지만, <야심만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김제동의 명언이 없고, 게스트 4명은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너무나 많이 소비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벌칙인 '바람'마저 <야심만만> 때보다 그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 더 강한 재미요소들로 무장해서 돌아와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가늠하기가 힘든데, <화신>은 전성기 때의 <야심만만>보다 더 약해져서 돌아온 느낌이다.

 

식상한 주제와 식상한 게스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신선했던 김희선...

여배우는 아줌마가 되면 더 매력적으로 변하나보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 더욱 빛났던 것은 MC 김희선의 존재였다. 이미 <힐링캠프>을 통해 예능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천재적 입담을 갖춘 신동엽과 깐죽 토크의 대명사 윤종신 사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종영했던 <고쇼>에서 고현정이 다른 출연자들의 개그를 구경하며 실컷 웃다가 돌아가는 전형적인 '얼굴마담'이었다면, 김희선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MC가 해주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안방마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신동엽의 '섹드립'에도 밀리지 않는 상황극 연기부터 시작해,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며 토크를 주도하는 모습은 그녀의 예능인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김종민 씨의 '전문지'를 '젖문지'로 해석하는 기발함은 '아기 엄마 김희선'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애드립이었다.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화신> 첫방송이었지만, 역시 몇몇 부분에서는 기대감을 안겨 주었기에 그 앞날이 어두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동시간대의 경쟁프로그램인 <달빛프린스>가 한달이 넘도록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화신>은 어느정도 좋은 출발을 보장받은 셈이다. 하지만 지금 <화신>이 보여주고 있는 <야심만만 리턴즈>, 혹은 <김희선 쇼>와 같은 모습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하기에는 둘 다 아쉽다. <야심만만>은 이미 5년 전에 소재고갈로 종영된 프로그램이고, 여배우 하나만을 믿고 프로그램을 끌고가기에는 <고쇼>처럼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은 <야심만만>이 방영되던 때와는 시대와 소통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야심만만>이 인기를 끌던 당시에는 '만 명'에게 의견을 묻는 일이 '방송을 탈만큼'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개인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십 만명'에게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다음 아고라 서명이라던가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던가 유튜브라던가... 방법은 많다) <화신>이 단순히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정답을 맞추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소통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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